이산화탄소는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사용하는 원료입니다. 그래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고 기온이 높아지면 벼가 더 잘 자라고 쌀 생산량도 늘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농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농촌진흥청이 21세기 중반의 온도와 이산화탄소 조건을 모의한 연구에서는 벼의 생육이 빨라져도 알곡의 생산성과 품질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인의 대표 주식인 쌀은 기후변화와 무관한 식품이 아닙니다. 고온, 집중호우, 병해충, 물관리, 품종 선택이 모두 한 그릇의 밥과 연결됩니다.

벼가 빨리 자라는 것과 쌀이 많이 열리는 것은 다르다

기온이 높아지면 벼의 생육 속도는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곡물이 만들어지고 익는 ‘등숙기’가 지나치게 더우면 전분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하고 알곡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2026년 연구에서도 미래의 고온·고이산화탄소 환경에서 벼의 키와 생육은 빨라졌지만 쌀 수량과 품질 저하 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 식물이 커 보이는 것과 우리가 먹는 알곡이 잘 만들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기후변화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단순한 생장량이 아니라 실제 수확량과 상품성, 영양과 품질까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쌀알이 하얗게 보이는 이유도 고온과 연결된다

벼 이삭이 여무는 시기에 고온이 지속되면 쌀알 내부의 전분 축적이 충분하지 않아 일부가 하얗고 불투명하게 보이는 분상질립이 늘 수 있습니다. 이는 외관 품질과 도정수율에 영향을 줍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동진1’ 사례를 보면 2024년 전주지역의 등숙기 평균기온은 원품종이 개발되던 1999년보다 2.9℃ 높았습니다. 이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고온에서도 품질 저하가 적은 품종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즉 미래 쌀농사의 경쟁력은 단순히 많은 양을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더운 여름에도 밥맛과 외관 품질을 유지하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 쌀농사와 스마트 관개
생육이 빨라지는 것과 알곡의 수량·품질이 좋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따뜻한 겨울과 긴 여름은 병해충의 조건도 바꾼다

기후가 따뜻해지면 작물만 변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충의 발생 시기와 세대수, 월동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수확기에는 고온이 지속되면서 벼멸구가 크게 증가했고, 농촌진흥청은 이후 현장 약제의 방제 효과를 재검증해 일부 품목의 벼멸구 적용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벼농사는 품종 선택과 비료·물관리뿐 아니라 기상정보를 이용한 병해충 예측과 신속한 방제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비가 많아도 물관리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벼는 물을 좋아하는 작물이지만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것이 농사에 유리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논이 침수되고 쓰러짐과 병 발생, 농기계 작업 지연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가 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관개용수 확보가 문제가 됩니다. 기후변화 시대의 물 문제는 ‘비가 많다/적다’보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양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정밀한 수위관리와 배수, 저수지 운영, 스마트 관개가 쌀 생산의 안정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고온이 벼 등숙과 병해충·쌀 품질에 미치는 과정
고온은 등숙기간과 병해충 조건을 바꾸고 시장성 있는 쌀의 비중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래 쌀농사의 핵심은 ‘기후적응 품종’이다

모든 농가가 기후가 서늘한 지역으로 이동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같은 지역에서 더 높은 온도와 새로운 병해충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과 재배기술이 필요합니다.

고온에서도 잘 여물고 병에 강한 품종, 재배시기를 조절하는 기술, 물과 비료를 정밀하게 공급하는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고온 등숙과 복합내병성을 고려한 신품종을 계속 개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미래의 품종개량은 단순한 수량 경쟁이 아니라 ‘기후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쌀 가격을 볼 때 이제 날씨도 함께 봐야 한다

기후충격은 수확량뿐 아니라 품질 등급과 저장성, 건조 비용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같은 생산량이라도 상품성이 낮은 쌀의 비중이 늘면 시장에 공급되는 고품질 쌀의 양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쌀값을 이해할 때는 재배면적과 재고량뿐 아니라 등숙기의 고온, 태풍과 집중호우, 병해충 발생까지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는 농장에서 끝나지 않고 유통과 가격을 거쳐 결국 소비자의 밥상에 도착합니다.

고온 적응 품종과 스마트 관개·병해충 예측 시스템
미래 쌀농사는 기후적응 품종, 정밀 물관리, 병해충 예측, 재배시기 조절이 함께 필요합니다.

마무리

다음 〈기후가 바꾼 식탁〉에서는 폭염이 우유·계란·축산물 생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봅니다.

참고자료

「더 따뜻해지면 쌀이 더 잘 자랄까? — 기후변화가 바꾸는 미래 쌀농사」의 핵심 내용은 아래 원문·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했습니다.

쌀 작황을 판단할 때 볼 시기별 신호

이 글을 읽고 실제 상황을 판단할 때는 다음 항목을 순서대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 모내기 때는 용수 확보와 저온·강풍 여부를 확인한다.
  • 출수·개화기에는 고온과 야간기온이 얼마나 지속됐는지 본다.
  • 등숙기에는 일조시간, 태풍과 병해충 정보를 함께 살핀다.
  • 수확량과 품질등급은 같은 개념이 아니므로 발표자료를 구분해 읽는다.

쌀 작황을 판단할 때 볼 시기별 신호

평균기온 상승만으로 쌀 생산이 늘거나 줄 것이라고 결론낼 수 없다. 품종과 재배시기 조정이 위험을 낮추기도 하지만, 생육의 특정 시기에 겹친 고온과 물 부족은 품질까지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