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한반도〉 ①
우리나라를 둘러싼 바다가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1968년부터 2025년까지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 주변 해역의 표층수온은 58년 동안 1.60℃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해양 표층수온 상승폭 0.76℃의 두 배가 넘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매년 약 0.0276℃씩 상승했지만 최근 10년만 보면 상승속도가 연평균 0.09℃까지 빨라졌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1.6℃가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체온이 1~2℃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다에서도 평균 수온의 작은 변화는 생태계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바다의 1℃는 육지의 1℃와 다르다
바다는 막대한 양의 열을 저장합니다. 그래서 바닷물의 평균온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단순히 여름철 해수욕장이 조금 더 따뜻해진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류가 살아갈 수 있는 적정 수온이 달라지고, 플랑크톤의 분포가 바뀌며, 산란 장소와 이동 경로도 달라집니다. 결국 어떤 물고기는 북쪽으로 이동하고 기존에 드물던 아열대성 생물이 우리 바다에서 더 자주 발견될 수 있습니다.
우리 바다의 변화는 이미 장기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2026년 상반기 한국 주변 바다의 평균 표층수온은 17.17℃로 최근 26년 위성 관측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평균’보다 해양열파다
기후변화를 이해할 때 평균온도만 봐서는 안 됩니다. 육지에 폭염이 있듯 바다에도 해양열파(Marine Heatwave)가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온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현상입니다.
수온이 갑자기 높아지면 자연 상태의 물고기는 상대적으로 시원한 해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식장 안에 있는 어류와 패류는 이동할 수 없습니다. 고수온이 지속되면 먹이활동이 감소하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심한 경우 대량 폐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여름마다 남해안 양식장의 고수온 피해가 중요한 기후 뉴스가 되는 이유입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 어종도 바뀐다
수산업에서 가장 민감한 변화 중 하나는 어종의 분포 이동입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먹어온 생선이 언제나 같은 바다에서 잡힐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차가운 바다를 선호하는 어종은 더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따뜻한 바다에서 살던 어종은 우리 연근해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이 변화가 오랜 기간 누적되면 어민들은 잡는 어종을 바꿔야 하고 양식업자는 키우는 품종을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변화는 자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어획량이 달라지면 수산물 가격이 바뀌고 유통업과 음식문화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뜻한 바다는 태풍과도 연결된다
태풍은 따뜻한 바다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습니다. 그렇다고 “바다 수온이 오르면 태풍 숫자가 무조건 증가한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태풍의 발생과 경로는 대기 흐름과 바람, 해양조건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다만 매우 따뜻한 바다는 태풍이 강도를 유지하거나 발달할 수 있는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입니다. 앞으로 태풍을 볼 때도 단순히 몇 개가 발생했느냐보다 어느 해역의 수온이 얼마나 높았는지,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서 태풍의 세력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속도’다
한국 바다의 수온이 오른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최근 상승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후변화가 천천히 진행된다면 생태계와 산업도 어느 정도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너무 빠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종이 이동하는 속도와 어업 구조가 전환되는 속도가 맞지 않을 수 있고, 양식업 시설이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해수온 상승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수산업, 지역경제, 물가, 먹거리 문제가 됩니다.

마무리
58년간 1.60℃. 작은 숫자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바다가 겪고 있는 거대한 변화가 담겨 있습니다.
바다의 온도가 달라지면 물고기가 움직이고, 양식업이 변하고, 어민의 생계가 달라지며 결국 우리의 식탁도 변합니다. 그래서 해수온은 단순한 날씨 숫자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기후변화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클라이밋 인사이트의 〈변해가는 한반도〉에서는 앞으로 폭염, 집중호우, 태풍, 산불, 겨울기온 등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기후의 변화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