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한반도〉 ③

폭염은 낮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낮 동안 달궈진 도시가 밤에도 충분히 식지 못하면 사람의 몸은 하루 종일 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때 우리가 체감하는 대표적인 현상이 열대야입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폭염과 열대야가 장기적으로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10년(2016~2025년)의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12.2일로, 과거 10년(1973~1982년)의 4.1일보다 약 3배 많았습니다.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 상승을 살펴본 1편에 이어 이번에는 육지, 그중에서도 밤의 도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봅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건물 밀집, 인공열이 더해지면 같은 지역 안에서도 밤 기온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열대야는 왜 낮 폭염보다 더 지치게 할까

사람의 몸은 낮 동안 받은 열을 밤에 식히며 회복합니다. 그런데 밤 기온이 높고 습도까지 높으면 체온을 낮추기가 어려워집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몸이 열을 처리해야 하므로 깊은 수면이 방해받고, 다음 날 피로가 누적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나 어린이, 심혈관질환자처럼 열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낮과 밤이 이어지는 고온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폭염을 평가할 때 최고기온뿐 아니라 최저기온과 열대야 지속시간도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의 열대야는 더 자주, 더 오래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은 1973년 이후 폭염과 열대야 발생 특성을 분석하면서 발생 빈도뿐 아니라 시작과 종료 시기에도 변화가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10년에는 폭염이 더 이르게 시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열대야는 7~8월을 중심으로 발생 기간이 확대됐습니다. 남해안과 제주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이 끝난 뒤에도 9월 초까지 열대야가 이어지는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이는 여름의 평균기온이 조금 높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고온에 노출되는 계절의 길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집중호우의 강도와 지속시간을 다룬 2편과 마찬가지로 평균값 하나보다 실제 노출의 강도와 시간이 중요합니다.

낮에 달궈진 아스팔트와 건물이 밤에 저장된 열을 방출하는 도시 열섬 개념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낮에 저장한 열은 밤에 다시 방출되고, 차량과 냉방기기의 인공열도 더해집니다.

도시는 왜 밤에 더 천천히 식을까

낮 동안 태양에너지를 받은 흙과 숲은 수분 증발과 식생의 작용으로 일부 열을 분산시킵니다. 반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열을 저장했다가 밤에 다시 방출합니다.

건물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바람길이 막히고, 차량과 에어컨 실외기,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인공열도 더해집니다. 이 때문에 도심의 밤 기온이 주변 비도시 지역보다 높게 유지되는 도시 열섬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상청의 1973~2024년 분석에서 도시 지역의 평균 최저기온은 비도시보다 1.3℃ 높았고, 열대야일수는 2.2배 많았습니다. 도시와 비도시의 열대야일수 차이도 1970년대 2.2일에서 2020년대 9.1일로 커졌습니다.

도시와 비도시의 야간 기온 차이를 비교한 단면 개념도
도시와 비도시의 야간 열환경을 단순화해 비교한 개념도입니다. 특정 지역의 실제 온도 수치를 나타낸 그림은 아닙니다.

에어컨은 해답이지만 동시에 전력의 문제다

열대야가 늘어나면 밤에도 냉방을 멈추기 어려워집니다. 이는 가정의 전기요금 문제를 넘어 전력망의 야간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냉방은 폭염 피해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지만, 모든 가구가 같은 수준의 냉방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주택, 옥탑·반지하, 냉방비 부담이 큰 가구는 같은 열대야에서도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열대야 대책은 냉방기 보급뿐 아니라 건물 단열, 차열, 도시 녹지와 그늘, 취약계층 지원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도시를 식히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도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해법으로 가로수와 공원, 옥상녹화, 밝은 색 지붕과 포장재, 바람길 확보 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햇빛을 덜 흡수하고, 식물과 수분을 통해 열을 분산시키며, 밤에 저장된 열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시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기후변화 시대의 도시는 비를 빨리 빼내는 도시인 동시에 열을 빨리 식힐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가로수와 공원, 옥상녹화, 차열지붕과 바람길을 갖춘 기후적응형 도시
녹지와 물길, 옥상녹화, 밝은 지붕과 바람길은 도시가 열을 덜 저장하고 더 빨리 식도록 돕는 접근입니다.

마무리

열대야는 단순히 ‘잠 못 이루는 밤’이 아닙니다. 낮의 폭염이 밤까지 이어지며 몸의 회복시간을 줄이는 기후위험입니다.

특히 도시에서는 기후변화와 열섬현상이 겹치면서 같은 폭염이라도 더 오래 열을 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폭염 대응은 낮 최고기온뿐 아니라 밤 최저기온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다음 〈변해가는 한반도〉 ④에서는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계절 길이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