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가격표〉 ④

들어가며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식품 한 제품에는 여러 나라의 원료와 부품이 들어갑니다. 현대 산업은 세계 곳곳의 공장과 항만, 도로가 정해진 시간에 움직인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폭우와 가뭄, 태풍, 폭염이 생산시설뿐 아니라 항만과 운하, 도로, 전력망을 동시에 멈출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후변화의 경제적 비용을 재해지역의 피해액만으로 계산하면 부족한 이유입니다. 충격은 공급망을 따라 다른 국가와 다른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공급망은 효율적일수록 충격에 민감할 수 있다

기업들은 재고를 줄이고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시점에 공급받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여왔습니다.

평상시에는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특정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홍수로 멈추거나 항만이 폐쇄되면 작은 차질이 전체 생산라인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기후재해가 공급망 리스크로 연결되는 핵심은 ‘피해 규모’보다 ‘대체할 곳이 있는가’에 있습니다.

원료부터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공급망과 홍수·가뭄 위험
원료부터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공급망과 홍수·가뭄 위험

가뭄도 물류를 멈출 수 있다

공급망 재해라고 하면 태풍이나 홍수를 먼저 떠올리지만 가뭄도 중요한 물류 위험입니다.

파나마운하처럼 담수를 이용해 선박을 통과시키는 인프라는 강수량과 저수지 수위의 영향을 받습니다.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내륙수운도 선박 적재량을 줄여야 할 수 있습니다.

물 부족은 농업뿐 아니라 발전, 반도체와 화학공정처럼 많은 물을 사용하는 산업에도 부담을 줍니다.

기업의 기후대응은 보험에서 공급처 다변화로 이동한다

재해가 발생한 뒤 보험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것만으로는 생산중단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핵심 부품의 공급처를 여러 지역으로 분산하거나 안전재고를 늘리고, 주요 협력사의 기후 노출도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늘 수 있지만 공급망이 멈췄을 때의 손실을 줄이는 ‘회복력 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단일 공급처와 다중 공급처의 기후충격 회복력 비교
단일 공급처와 다중 공급처의 기후충격 회복력 비교

기후 리스크는 결국 가격과 성장률에 도착한다

공급망이 막히면 원재료와 부품 가격이 오르고, 운송기간이 길어지며, 기업은 추가 비용을 부담합니다. 일부 비용은 최종 소비자가격으로 이전될 수 있습니다.

BIS도 자연재해와 공급망 충격이 생산과 물가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환경문제인 동시에 생산성, 인플레이션, 투자결정에 영향을 주는 거시경제 변수입니다.

기후재해가 생산·운송·비용·소비자가격으로 이어지는 흐름
기후재해가 생산·운송·비용·소비자가격으로 이어지는 흐름

한 줄 정리

기후재해의 경제적 피해는 재난지역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세계 공급망이 촘촘하게 연결될수록 한 지역의 폭우·가뭄·폭염은 부품 부족과 운송차질을 통해 멀리 떨어진 소비자의 가격표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같이 읽기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