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 한국 식탁에서 너무 익숙한 음식입니다. 밥을 싸 먹고, 김밥을 만들고, 간식처럼 먹기도 합니다. 그래서 김을 보면 보통 ‘가공식품’부터 떠올리지만, 출발점은 바다에서 자라는 해조류입니다.
김 양식은 육지 농업처럼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과정은 아니지만, 재배에 적합한 계절과 수온, 영양염, 해류와 바람을 세심하게 봐야 한다는 점에서는 ‘바다의 농사’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바다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주변 바다의 장기 변화는 대한민국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에서 먼저 살펴봤습니다. 해양수산부는 고수온 영향 확대 등 기후변화에 따른 물김 산지 변동에 중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2026년산 김 양식장을 인천·경기 등에서 626ha 신규 개발하고, 양식장을 적정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김은 비교적 차가운 바다에서 잘 자라는지, 수온이 높아지면 생장과 품질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황백화는 무엇인지, 그리고 기후변화가 한국의 김 양식 지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1. 김은 식물이 아니라 해조류다
김은 육상식물과 달리 뿌리로 토양의 영양분을 흡수하지 않습니다.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영양염을 몸 전체로 흡수하며 자라는 해조류입니다.
그래서 김 양식에서는 바닷물의 온도와 영양염 농도, 물의 흐름, 염분, 일조 조건이 모두 중요합니다.
김발이나 그물에 포자를 붙여 바다에서 키우고, 일정한 크기로 자라면 여러 차례 채취하는 방식으로 생산합니다.
이 때문에 김 생산량은 단순히 양식장 면적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면적이라도 바다 상태가 좋으면 생산성이 높고, 고수온·영양염 부족·질병이 겹치면 생산량과 품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왜 김은 가을과 겨울 바다에서 잘 자랄까

김은 일반적으로 수온이 낮아지는 가을부터 본격적인 양식이 시작되고 겨울철에 성장과 수확이 활발해집니다.
따뜻한 여름 바다보다 차가운 계절의 해양환경이 생장에 더 유리한 해조류이기 때문입니다.
수온이 너무 높아지면 생장속도가 떨어지거나 조직이 약해질 수 있고, 양식 초기의 채묘와 어린 엽체의 생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즉 김 양식에서 중요한 것은 ‘바다가 따뜻하냐 차갑냐’가 아니라 김이 잘 자랄 수 있는 적정한 수온 범위가 제때 만들어지고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가입니다.
3. 고수온이 길어지면 양식 시작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
예전과 같은 날짜에 바다에 김발을 설치하더라도 수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았다면 양식 시작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가을 수온 하강이 늦어지면 채묘 시기와 양식장 설치 시기를 조정해야 할 수 있고, 실제 생산기간 자체가 짧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김이 더위를 싫어한다’는 문제보다 큽니다. 어민은 종자 준비와 시설 설치, 노동력 배치, 출하시기까지 모두 다시 계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가 농업의 파종 달력을 바꾸듯, 바다에서는 양식의 계절 달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자연 상태의 어종 분포 변화와의 차이는 바다 수온과 어종 이동 글에서 비교할 수 있습니다.
4. 김이 노랗게 변하는 ‘황백화’는 무엇일까

김 양식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황백화입니다. 정상적인 짙은 색을 잃고 엽체가 누렇거나 하얗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황백화는 단순히 수온 하나만으로 생기는 현상이 아닙니다. 바닷물 속 질소·인 같은 영양염이 부족할 때 김이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색과 생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강수와 해류, 육상에서 들어오는 영양염, 주변 해역의 식물플랑크톤 증식 등도 영양염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의 색이 변했다고 곧바로 ‘고수온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수온과 영양염, 해황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5. 고수온과 영양염 문제는 왜 함께 봐야 할까
수온이 올라가면 바다의 생태계 전체가 반응합니다. 해수의 성층이 강해지면 표층과 아래층의 물이 잘 섞이지 않을 수 있고, 영양염이 표층으로 공급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식물플랑크톤이나 다른 해조류와의 경쟁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김 입장에서는 ‘적정한 온도’와 ‘충분한 영양염’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한쪽만 좋아도 생산성이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양식업의 기후위험은 단순히 수온계 하나로 판단하기보다 수온·영양염·염분·해류를 함께 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6. 2025년산 김 생산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 왜일까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바다가 따뜻해지고 있으니 김 생산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산량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5년산 김 최종 생산량은 전년보다 36.1% 증가한 2억369만 속으로 집계됐습니다.
신규 양식장 개발과 함께 당시 기상·해황 여건이 양호했고, 수요 증가로 어가의 생산 의지가 높아진 점 등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이 사례는 장기적인 기후위험과 특정 한 해의 생산실적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기후변화는 위험의 배경을 바꾸지만 실제 생산량은 면적·기술·해황·수요·관리 등 여러 요인의 결과입니다.
7. 그런데 왜 양식장을 북쪽으로 넓히고 있을까

해양수산부는 2026년산 김 생산기반을 늘리면서 인천·경기 등 접경·도서지역에서 626ha의 신규 양식장을 개발했습니다.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정부는 고수온 영향 확대 등 기후변화에 따른 물김 산지 변동에 중장기적으로 대비한다는 이유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바다가 장기적으로 따뜻해지면 현재 주요 산지 가운데 일부의 적합성이 달라지고, 상대적으로 수온이 낮은 지역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전남 김 양식이 사라지고 인천으로 옮겨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산지 변화는 수온뿐 아니라 영양염·파랑·수심·어장 이용·시설·가공산업까지 함께 결정합니다.
8. 연구에서는 미래 김 양식 위험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26년 발표된 국내 연구는 김·미역·다시마를 포함한 주요 양식생물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수온 위험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에서는 해조류가 분석 대상 가운데 비교적 낮은 적정·한계 수온을 가진 그룹이어서 수온 상승에 민감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특히 장기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전남 등 현재 주요 생산지의 김 양식 위험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제시됐고, 지역별로 위험도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미래 기후 시나리오와 수온 적합성을 기반으로 한 위험분석입니다. 실제 생산은 품종개량과 양식기술, 생산지 재배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미래 생산 불가능’이라는 확정 예측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9. 김 종자도 기후에 맞게 달라질 수 있다
농업에서 더위에 강한 벼와 과수 품종을 개발하듯, 김 양식에서도 고수온과 질병에 잘 견디는 종자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황백화 등 병해를 예방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우량종자와 활성처리제 보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수온 변화에 대한 생장 반응과 품질, 질병저항성을 함께 고려한 품종 선택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은 양식장을 옮기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더 잘 견디는 종자와 기술을 개발하는 방법도 포함합니다.
10. 김 양식도 ‘데이터 산업’이 되고 있다

바다에서는 농경지처럼 눈으로 토양 상태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수온과 영양염, 염분, 용존산소 같은 값은 센서와 관측자료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온 변화가 빠른 시기에는 실시간 해양정보를 이용해 양식시설 설치와 채취 시기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도 고수온·적조 등 해양환경 정보를 관측하고 어업인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김 양식은 경험과 현장감각뿐 아니라 위성·부이·센서·예측모델을 활용해 위험을 미리 읽는 정밀양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관측과 예측의 산업적 연결은 기상·기후데이터 산업에서도 다뤘습니다.
11. 김 생산지가 움직이면 가공산업도 영향을 받는다
김 산업은 바다에서 물김을 생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수확한 물김을 씻고 말려 원초김과 마른김으로 만들고, 조미김·김밥김·스낵으로 가공하는 산업이 이어집니다.
주요 산지 주변에는 건조시설과 가공업체, 물류망이 함께 형성돼 있습니다.
만약 장기적으로 원물 생산지역이 이동한다면 가공시설과 물류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산지에서는 원료 확보비용이 달라지고 새로운 산지에서는 가공·저장 인프라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즉 김 양식의 기후적응은 바다 위 그물만 옮기는 일이 아니라 지역 수산업 전체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12. 김 한 장에서 ‘기후 적응’을 읽는 법
김은 얇고 가벼운 식품이지만 생산과정은 바다의 복잡한 환경과 연결돼 있습니다.
수온이 높아지면 양식시기와 생장이 달라질 수 있고, 영양염이 부족하면 황백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규 어장, 좋은 해황, 우량종자, 생산기술이 이런 위험을 일부 상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후변화 시대의 김 산업을 이해할 때는 ‘고수온 = 생산 감소’라는 한 줄 공식보다 생산지가 어떻게 움직이고 기술이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우리가 먹는 김 한 장에는 바닷물의 온도뿐 아니라 양식어민의 판단, 종자와 관측기술, 가공산업과 수출시장까지 연결돼 있습니다.
마무리 — 김 양식의 미래는 ‘더 북쪽’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바다가 따뜻해진다고 김 양식장이 일제히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생산지는 수온뿐 아니라 영양염, 해류, 파랑, 어장 이용, 가공시설, 종자와 기술이 함께 결정합니다.
그럼에도 해양수산부가 신규 양식장을 확대하고 적정 지역 재배치를 추진하는 것은 고수온과 산지 변동을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김 산업의 기후적응은 양식장 이동, 우량종자, 해양관측, 가공능력 확충이 함께 움직이는 과정입니다.
기후가 바꾼 식탁을 살펴볼 때 김은 중요한 사례입니다. 농작물처럼 밭에서 자라지는 않지만, 계절과 수온을 읽으며 키우는 또 하나의 ‘바다 농사’이기 때문입니다.
김 양식 뉴스를 읽을 때 확인할 네 가지
- 기간: 하루의 고수온인지, 양식 시작을 늦출 만큼 이어진 수온인지 구분합니다.
- 원인: 황백화를 고수온 하나로 설명하지 않고 영양염·해류·강수 자료를 함께 봅니다.
- 범위: 한 어장의 피해와 전국 생산량을 같은 의미로 확대하지 않습니다.
- 대응: 어장 이동뿐 아니라 종자·관측·가공시설의 적응도 함께 확인합니다.
운영자 관점에서 김 산업의 기후위험은 ‘생산 감소’ 한 줄보다 양식 달력과 산지 선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한 해의 증산만으로 장기 위험이 사라졌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참고자료
- 해양수산부, 기후변화 대응 및 민생 안정을 위한 2026년산 김 생산량 관리 추진, 2025-07-02
- 해양수산부, 2025년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량은 전년보다 8.7% 증가, 2026
- Kim et al., Estimating the economic damage caused by climate change to Korean aquaculture, 2026
- 국립수산과학원, 2026년 고수온·적조 종합대책
정책·생산 통계와 미래 시나리오를 구분해 해석했으며, 특정 지역의 생산 중단이나 가격 변화를 확정적으로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