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바꾼 식탁〉 ③

커피 한 잔과 초콜릿 한 조각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합니다. 하지만 원료인 커피와 코코아는 아무 곳에서나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아닙니다. 적절한 기온과 강수, 고도, 토양조건이 맞는 특정 지역에 생산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는 기후가 흔들릴 때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커피·코코아·차 시장의 가격 변동을 분석하면서 생산이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적 기상충격이 국제가격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폭염이 국내 농축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1편처럼 기후변화가 식탁을 바꾸는 방식은 국내 농산물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가뭄과 폭우, 고온이 서울의 카페와 마트 가격표까지 연결됩니다.

커피와 코코아는 왜 기후에 민감할까

커피나무와 카카오나무는 일정한 온도와 강수조건이 필요한 작물입니다. 기온이 너무 높아지거나 비가 제때 오지 않으면 생육과 개화, 열매 형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온 상승은 병해충의 활동 범위와 작물의 생육속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지나친 비와 습도는 곰팡이성 질병이나 수확·건조 과정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더워졌다’ 하나가 아니라 온도와 비의 시기, 강도, 병해충, 수확 후 건조까지 여러 단계가 기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생산지가 몇 나라에 몰려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FAO에 따르면 코코아 생산은 특히 소수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세계 공급의 3분의 2 이상을 담당합니다.

이처럼 생산이 집중된 시장에서는 한 지역의 폭우나 가뭄, 병해가 세계 공급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단기간에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도 어렵습니다.

커피 역시 브라질과 베트남 두 나라가 세계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합니다. 결국 커피와 코코아 가격을 볼 때는 소비국의 수요만큼 생산국의 날씨가 중요합니다.

커피와 코코아 주요 생산지에서 한국 소비시장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지도
커피·코코아의 생산지는 적도 부근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긴 공급망을 거쳐 한국 소비시장과 연결됩니다.

실제로 가격은 크게 흔들렸다

FAO에 따르면 국제 커피가격은 2024년 전년 평균보다 38.8% 상승했습니다. 베트남의 건조한 날씨와 인도네시아의 과도한 비, 브라질의 고온·건조 등 주요 생산국의 공급 차질이 가격 상승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됐습니다.

코코아 역시 2023~2024년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생산 감소에 불리한 기상과 병해가 겹치며 국제가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물론 상품가격은 환율, 재고, 투기적 거래, 물류비, 수요 등 여러 변수로 결정됩니다. 다만 생산지의 기후충격이 공급을 줄이면 다른 변수들이 가격을 더 크게 움직이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 충격이 생산량과 국제 원료가격을 거쳐 소비자가격에 전달되는 구조
기후 충격은 생산량과 국제 원료시장을 거쳐 가공·유통 단계와 소비자가격에 순차적으로 전달됩니다.

소비자가 내는 가격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원두와 카카오 가격이 올랐다고 다음 날 카페와 마트 가격이 똑같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 일정 기간 원료를 계약하거나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제품가격에는 임대료·인건비·포장·물류비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높은 원료가격이 장기간 이어지면 제조사와 카페가 비용을 모두 흡수하기 어려워집니다.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용량을 줄이고, 원료 배합을 바꾸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후충격은 생산지 → 국제 원료시장 → 가공업체 → 유통 → 소비자라는 긴 경로를 거쳐 식탁에 도착합니다. 사과 산지 이동을 다룬 2편이 국내 재배지의 변화를 보여줬다면, 이번 커피와 코코아 사례는 해외 생산지의 변화도 우리의 소비와 직접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기후에 적응하는 커피와 코코아 농업

생산지에서는 그늘나무를 활용한 재배, 물 관리, 토양 개선, 병해충 감시, 기후에 더 잘 견디는 품종 개발 등 다양한 적응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FAO는 기후스마트농업과 기술혁신이 커피산업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재배 적지가 이동하거나 품종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으로 커피와 초콜릿의 지속가능성은 ‘가격이 얼마인가’뿐 아니라 생산지가 변화하는 기후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늘나무와 물관리, 건강한 묘목을 활용하는 기후적응형 커피·코코아 농장
그늘나무, 물 관리, 병해 점검과 건강한 묘목은 생산지의 기후 회복력을 높이는 대표적인 접근입니다.

마무리

우리가 마시는 커피와 먹는 초콜릿의 가격표에는 생산국의 날씨가 숨어 있습니다. 생산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작물일수록 지역적인 기후충격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쉽습니다.

기후변화가 식탁을 바꾼다는 말은 어느 날 특정 식품이 사라진다는 뜻보다, 생산지와 품종, 가격과 공급방식이 계속 변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다음 〈기후가 바꾼 식탁〉 ④에서는 바다의 수온 변화가 명태·오징어·양식어종 등 한국 수산물 지도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