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바꾼 식탁〉 ①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빙하가 녹는 북극도, 폭염으로 달아오른 도시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일지 모릅니다.
농산물은 기온과 강수량에 영향을 받고, 가축은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물고기는 수온 변화에 민감합니다. 따라서 기후가 달라지면 결국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얼마를 지불하는지도 달라집니다.
한 해에도 저온과 고온 피해가 동시에 발생한다
2026년 우리 농업은 기후변화 시대 농사의 어려움을 잘 보여줬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이상저온으로 배·사과·복숭아·포도 등 과수 10,174.4㏊에서 착과 불량 등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반대로 겨울과 초봄의 높은 기온과 잦은 비는 마늘의 생육을 지나치게 빠르게 만들었고, 이른바 ‘벌마늘’ 피해가 996.7㏊에서 나타났습니다. 하나의 농업현장에서 추위도 위험하고 더위도 위험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폭염은 축산물에도 영향을 준다
폭염 피해는 농작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2026년 8월 6일 오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으로 약 68만 8,849마리의 가축 폐사가 신고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농식품부는 당시 육계 폐사가 전년 7월 도축량의 약 0.4% 수준이어서 단기적인 닭고기 수급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닭과 돼지 등은 더위에 민감합니다. 기온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먹이를 덜 먹고 성장속도가 낮아질 수 있으며 생산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축산농가는 환기와 급수, 냉방시설, 차열도료, 적정 사육밀도 관리 등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 비용은 단순한 농장의 비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돼 생산비가 상승하고 공급량이 불안정해지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축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는 또 다른 폭염이 진행된다
육지에서 닭과 돼지가 더위와 싸우는 동안 바다에서는 양식어류가 고수온과 싸웁니다. 바닷물이 일정 수준 이상 뜨거워지면 산소 부족과 스트레스가 커지고 질병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자연 상태의 물고기는 이동할 수 있지만 가두리 양식장 안의 물고기는 피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해수온 상승은 양식업에 특히 큰 위험이 됩니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표층수온이 지난 58년간 1.60℃ 상승했다는 점에서도 앞으로 더욱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기후변화가 가격표를 바꾸는 과정
예를 들어 과수의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졌는데 갑작스러운 서리가 발생하면 열매가 맺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름 폭염이 심해지면 가축 사육비용이 증가하고, 고수온이 지속되면 양식어류 피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가뭄이나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채소류의 생산량과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면 기후 문제는 곧 장바구니 물가 문제가 됩니다.
앞으로는 ‘어디에서 무엇을 재배하느냐’도 달라질 수 있다
기후변화가 장기화되면 농업지도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작물마다 적정 재배온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특정 지역의 특산품으로 알려졌던 과일이 더 북쪽에서 재배되거나 기존 주산지에서는 새로운 품종을 도입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농민의 품목 선택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 브랜드와 관광, 유통시설, 저장시설까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마트농업이 중요해진다
기후변화가 농업의 변수를 늘릴수록 생산자는 자연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집니다.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팜, 축사 냉방시설, 물 사용을 효율화하는 관개기술, 기상예측 기반 재배관리 등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기후위기가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현상이 바로 여기서 나타납니다. 농업은 기후변화의 피해산업인 동시에 기후적응 기술이 가장 빠르게 필요한 산업이 되고 있습니다.
마무리
우리는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흔히 빙하나 해수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미 훨씬 가까운 곳에 와 있습니다. 사과 한 알, 마늘 한 쪽, 계란 한 판, 양식어 한 마리의 생산 과정에도 온도와 비와 바다의 변화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식료품 가격이 크게 움직일 때는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그해의 기후가 어땠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클라이밋 인사이트의 〈기후가 바꾼 식탁〉에서는 앞으로 사과, 커피, 코코아, 수산물, 쌀, 축산물 등 우리가 실제로 먹는 음식 하나하나를 기후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