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면 계절마다 다른 곤충을 만납니다. 봄에 나타나는 벌레가 있고 여름에 활동이 왕성한 종이 있으며, 알이나 번데기 상태로 겨울을 넘기는 종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기온은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성장과 이동, 번식 시기를 정하는 일종의 달력입니다.

기후변화가 숲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산불과 가뭄, 나무의 생육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숲의 건강을 바꾸는 또 하나의 축이 있습니다. 바로 산림병해충입니다. 기온과 강수, 겨울 추위의 정도가 달라지면 곤충과 병원균의 발생시기와 분포, 숙주 나무와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매년 주요 산림병해충의 발생시기와 피해를 모니터링하고, 외래·돌발 해충에 대해서는 온도 의존적 발육모형과 기후적합성 분석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국내에 정착한 외래곤충 205종의 기후적합성을 분석하고, 침입성 해충의 향후 정착 가능지역을 예측하는 작업도 진행됐습니다.

다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해충이 모두 늘어난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종은 따뜻한 겨울에 생존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어떤 종은 눈이 적어 월동에 불리해질 수도 있고 심한 가뭄에서 유충 생존률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후가 산림병해충의 시간표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왜 숲에서는 ‘예찰’과 ‘예측’이 점점 중요해지는지를 살펴봅니다.

1. 곤충에게 기온은 ‘시계’이기도 하다

겨울 알에서 봄 유충과 여름 성충으로 이어지는 산림곤충의 계절 변화
산림곤충의 생육단계는 달력 날짜만이 아니라 누적된 온도와 먹이·수분 조건의 영향을 받습니다.

많은 곤충은 일정한 온도 이상의 열이 얼마나 누적됐는지에 따라 알에서 깨어나고 유충이 자라며 성충이 됩니다. 이를 설명할 때 적산온도나 발육영점온도 같은 개념을 사용합니다.

쉽게 말하면 달력 날짜만 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성장에 필요한 따뜻함이 얼마나 쌓였는가”를 기준으로 생육단계가 진행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봄이 빨리 따뜻해지면 어떤 곤충은 과거보다 일찍 부화하거나 우화할 수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대벌레·매미나방·맵시혹나방 같은 해충의 온도 의존적 발생시기 예측모형을 개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곤충의 달력을 바꾼다는 말은 결국 생물의 발육을 움직이는 온도의 누적 방식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생물계절 변화는 길어진 여름과 짧아진 겨울에서 다룬 계절 변화와 연결됩니다.

2. 겨울이 따뜻하면 해충은 모두 살아남을까

누적된 따뜻함에 따라 진행되는 알 유충 번데기 성충의 발육 과정
온도 의존적 발육모형은 정확한 날짜를 단정하기보다 예찰 시기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쓰입니다.

추운 겨울은 일부 곤충의 개체수를 줄이는 자연적인 필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매우 낮은 기온을 견디지 못하는 알이나 유충, 성충은 월동 중 죽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겨울 최저기온이 높아지면 일부 종에서는 월동 생존률이 높아지고 다음 계절의 개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해충이 똑같이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FAO는 눈 덮임이 줄어 오히려 월동 중 추위에 노출되는 종이 있을 수 있고, 가뭄으로 유충 발육이 느려지거나 사망률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뜻한 겨울 = 모든 산림해충 증가라는 단순한 공식보다 종마다 어떤 생육단계로 겨울을 보내는지와 눈·습도·먹이조건을 함께 봐야 합니다.

3. 활동시기가 빨라지면 나무와의 관계도 달라진다

산림해충은 혼자 살아가는 생물이 아닙니다. 먹이가 되는 나무의 잎이 나는 시기, 천적이 활동하는 시기, 병원균이 증식하기 좋은 조건과 맞물려 있습니다.

곤충이 예전보다 일찍 깨어났는데 먹이가 되는 잎은 아직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곤충의 발생시기와 어린 잎의 시기가 더 잘 맞아떨어지면 피해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IPCC는 온난화가 꽃 피는 시기와 곤충 출현 같은 생물계절을 이미 변화시켰다고 평가합니다. 산림에서도 이런 시간표의 변화가 식물·곤충·천적 사이의 관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농업에서의 비교 사례는 꿀벌과 수분곤충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충 문제는 단순히 벌레의 숫자만이 아니라 숲 전체의 생태적 타이밍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는 문제입니다.

4. 기후가 바뀌면 해충의 ‘지도’도 바뀔 수 있다

기후 조건 변화에 따라 확대 또는 축소될 수 있는 산림해충 적합지역 개념도
기후적합성 지도는 발생 확정 지도가 아니라 감시와 검역을 집중할 가능성 지도입니다.

곤충의 분포는 겨울 최저기온과 여름 기온, 강수량, 습도처럼 생존에 필요한 환경조건의 영향을 받습니다.

과거에는 겨울이 너무 추워 정착하기 어려웠던 지역이 따뜻해지면 일부 종에게 새로운 서식 가능지역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덥고 건조해지면 기존 서식지가 불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마른나무흰개미와 노랑알락하늘소, 국내 미분포 침입성 흰개미류 등을 대상으로 국내 기후적합성과 정착위험도를 분석했습니다. 노랑알락하늘소는 제주지역에서의 향후 확산범위를 시뮬레이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연구의 목적은 “어디에 해충이 반드시 생긴다”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와 검역을 어디에 더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있습니다.

5. 외래종은 기후만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기후가 적합해져도 해충이 스스로 바다를 건너오는 것은 아닙니다. 외래종의 유입에는 국제 물류와 목재·묘목·포장재 이동, 사람의 활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FAO는 세계적인 사람과 상품의 이동이 산림 침입종 확산의 주요 경로라고 설명합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들어온 종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조건을 바꾸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즉 유입 경로와 정착 환경을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산림 병해충 대응은 기후예측뿐 아니라 검역과 조기탐지, 현장 신고체계를 함께 갖춰야 합니다.

6. 국내 산림에서는 실제로 무엇을 관측할까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 발생예찰조사는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의 우화시기, 미국흰불나방 피해, 참나무시들음병 등 다양한 병해충을 지속적으로 조사합니다.

2024년 연보에서는 미국흰불나방의 전국 고정조사지 피해율이 1화기 14.9%, 2화기 25.0%로 전년보다 증가했고, 참나무시들음병 피해목도 2023년 8만7,298본에서 2024년 10만2,700본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숫자를 기후변화 하나의 결과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병해충 피해는 방제, 산림구조, 숙주 상태, 지역 날씨와 개체군 변동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장기 모니터링이 있어야 기온·강수 변화와 발생시기의 관계를 나중에 분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7. 나무가 약해지면 같은 해충도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기후변화는 해충에만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숙주인 나무의 건강상태도 바꿉니다.

고온과 가뭄이 길어지면 나무는 수분 스트레스를 받고 광합성과 방어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일부 수목에서는 병원균이나 천공성 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FAO는 기후변화가 해충의 생존·번식·분포뿐 아니라 숙주의 생리와 방어능력, 천적과의 관계까지 함께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숲의 병해충 위험은 “해충이 얼마나 많아졌는가”와 함께 “나무가 얼마나 건강한가”를 동시에 봐야 합니다.

8. 왜 ‘돌발해충’이라는 말이 중요할까

오랫동안 낮은 밀도로 존재하던 곤충이 특정 조건에서 갑자기 대량 발생하거나, 새로운 외래종이 정착해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돌발성은 산림관리 입장에서 특히 어렵습니다. 피해가 눈에 보인 뒤 방제하려 하면 이미 넓게 퍼진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외래·돌발병해충에 대해 발생시기 예측모형과 기후적합성 분석을 함께 수행하는 이유도 사후 대응보다 조기 예측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기후가 더 변동적으로 바뀔수록 과거 달력만으로 발생시기를 판단하기보다 실제 온도와 현장 관측자료를 함께 사용하는 접근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9. 산림 예찰은 어떻게 ‘예측’으로 바뀌고 있을까

과거 산림병해충 관리는 현장에서 피해를 발견하고 밀도를 조사하는 예찰이 중심이었습니다. 지금은 여기에 온도자료와 생물의 발육모형, 기후적합성 지도, 확산 시뮬레이션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곤충의 발육영점온도와 누적온도를 알면 올해 기온조건에서 첫 부화나 우화가 언제쯤 나타날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기후적합성 모델은 장기적으로 어느 지역이 정착에 더 적합해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런 예측은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점괘가 아니라 조사인력과 방제자원을 어디에 먼저 배치할지 판단하는 의사결정 도구입니다.

10. 2026년 FAO가 ‘산림 바이오시큐리티’를 다시 강조한 이유

위험평가 검역 모니터링 진단 조기경보 대응으로 이어지는 산림 바이오시큐리티
산림 바이오시큐리티는 유입 전 위험평가부터 현장 감시·진단·조기 대응까지 연결하는 체계입니다.

FAO는 2026년 9월 새 「Guide to forest biosecurity」를 공개하며 산림 침입종과 병해충을 사전에 막고 조기에 발견하는 통합적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바이오시큐리티는 국경 검역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위험평가와 감시, 진단, 조기경보, 방제, 정보공유를 하나의 체계로 묶는 개념입니다.

기후변화로 종의 정착 가능지역이 바뀌고 국제교역이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들어온 뒤 없애는 것”보다 유입 전 위험평가와 초기 발견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숲을 지키는 방법도 산불을 끄는 방식처럼 사후 대응만이 아니라 평소의 감시와 예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11. 숲에서 ‘벌레가 많아졌다’는 느낌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

특정 해에 산책로에서 곤충을 많이 봤다고 해서 바로 기후변화의 증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곤충 개체수는 한 해의 온도와 비뿐 아니라 천적, 먹이, 방제, 개체군의 자연적인 주기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크게 변합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판단하려면 여러 해의 장기자료와 넓은 지역의 분포 변화, 발생시기 변화가 함께 확인돼야 합니다.

개인적인 체감은 좋은 질문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과학적 결론은 장기 모니터링과 연구로 확인해야 합니다.

12. 기후변화 시대의 숲은 ‘나무 달력’과 ‘곤충 달력’을 함께 봐야 한다

산림병해충의 변화는 숲이 단순히 나무만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나무가 잎을 내는 시기, 곤충이 부화하는 시기, 천적이 활동하는 시기, 병원균이 증식하는 조건이 하나의 생태계 시간표를 만듭니다.

기온과 강수 패턴이 달라지면 이 시간표의 일부가 먼저 움직이고, 다른 부분은 늦게 따라올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 안정적이던 관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후변화 시대의 산림관리는 피해목 숫자를 세는 일에서 더 나아가 생물의 시간표와 분포가 어디에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계속 관찰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 — 기후가 바꾸는 것은 숲의 온도만이 아니라 ‘관계의 시간표’다

산림병해충을 기후변화와 연결할 때 가장 피해야 할 설명은 “따뜻해지면 벌레가 모두 많아진다”는 단순한 공식입니다. 종마다 추위와 더위, 습도와 먹이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기온과 강수의 변화가 곤충과 병원균의 발생시기·분포, 나무의 스트레스, 천적과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숲을 지키는 일은 피해가 커진 뒤 방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상자료와 장기 생태관측을 결합해 언제, 어디에서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먼저 읽는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기후변화는 숲의 풍경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숲 안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달력도 조금씩 다시 쓰고 있습니다.

숲에서 이상징후를 봤을 때 기록할 것

  1. 곤충이나 피해 잎·줄기의 사진을 가까이와 주변 환경이 함께 보이도록 남깁니다.
  2. 관찰 날짜, 대략적인 위치, 피해가 한 그루인지 주변으로 이어지는지를 기록합니다.
  3. 약제를 임의로 사용하거나 나무를 옮기지 말고 관할 산림당국의 신고·안내를 확인합니다.

한 번의 관찰은 기후변화의 증거가 아니지만, 같은 장소와 계절에서 축적된 기록은 발생시기 변화와 확산을 확인하는 예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체감과 장기 모니터링 결과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자료

국내 피해 증가 수치는 모니터링 사례로만 사용했으며, 기후변화 하나가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