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따뜻해진다는 말을 들으면 눈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장기적인 온난화는 많은 지역에서 눈의 계절을 짧게 만들고, 눈으로 내리던 강수 일부를 비로 바꾸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한겨울에는 여전히 기록적인 폭설과 교통 차질 소식이 들립니다. 이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평균적인 겨울의 변화와 며칠 동안 발생하는 개별 눈폭풍은 시간 규모가 다른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눈이 내리는 한국 산간 마을과 낮은 고도의 듬성듬성한 적설이 함께 보이는 겨울 풍경
장기적인 겨울 온난화와 특정 날의 강한 눈은 서로 다른 시간 규모의 현상입니다.

1. 강설과 적설은 같은 말이 아니다

강설은 일정한 시간 동안 새로 내린 눈을 가리키고, 적설은 관측 시점에 땅 위에 쌓여 있는 눈의 깊이입니다. 눈이 덮여 있는 면적과 기간, 눈 속에 실제로 저장된 물의 양을 뜻하는 적설수량도 서로 다른 지표입니다.

한 번의 폭설이 강해도 뒤이어 따뜻한 날이 오면 눈은 빠르게 녹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번에 내리는 양이 많지 않아도 추운 날이 이어지면 적설은 오래 남습니다. 폭설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로 장기적인 눈 감소 추세를 부정하거나, 눈이 적었던 한 해만 보고 앞으로 폭설이 사라진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2. 장기적으로 눈의 계절은 왜 짧아질까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기온이 오르면서 눈의 계절이 짧아지고, 눈 속에 저장되는 물의 양이 줄어드는 방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IPCC도 북반구 봄철 적설면적이 장기적으로 감소했으며 추가 온난화와 함께 눈 덮임과 적설기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기온이 높아지면 같은 강수가 눈보다 비로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이미 쌓인 눈도 더 빨리 녹습니다. 특히 겨울 기온이 눈과 비의 경계 부근을 자주 오가는 지역은 작은 온도 변화에도 강수 형태와 적설 유지 기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겨울 평균기온 상승이 눈보다 비의 비율 증가와 적설기간 단축으로 이어지는 개념도
기온이 오르면 눈으로 내리던 강수 일부가 비로 바뀌고 쌓인 눈이 더 빨리 녹아 적설기간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3. 눈과 비의 경계는 0℃ 하나로 나뉘지 않는다

지표 기온이 0℃ 아래면 눈, 그 위면 비라고 외우기 쉽지만 실제 강수 형태는 더 복잡합니다. 구름 아래 대기의 온도 구조와 습도, 습구온도, 눈송이가 떨어지며 지나는 따뜻한 공기층의 두께가 함께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지상기온이 영상이어도 눈이 내릴 수 있고, 지면 부근이 영하라도 상공의 따뜻한 층을 지나며 녹은 강수가 진눈깨비나 어는 비로 바뀔 수 있습니다. 기후가 따뜻해질수록 이 눈·비 경계가 지역과 고도에 따라 이동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4. 따뜻한 기후에서도 강한 눈이 가능한 이유

따뜻한 공기는 차가운 공기보다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수증기가 비가 될지 눈이 될지는 강수가 내리는 동안의 대기 온도 구조가 결정합니다.

수증기 공급이 많으면서 지상까지 눈이 녹지 않을 만큼 충분히 찬 조건이 동시에 갖춰지면 강한 눈이 내릴 수 있습니다. 핵심은 수증기가 많아지는 힘과 눈으로 남을 수 있는 차가운 조건이 줄어드는 힘이 함께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원리는 따뜻한 대기와 강한 강수의 관계를 다룬 폭염 뒤 집중호우 글과 연결되지만, 눈은 추가로 대기층의 온도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5. 평균적인 눈 감소와 극한 폭설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한 지역의 겨울 전체 강설일수와 연평균 강설량이 줄더라도 남아 있는 눈 사건이 모두 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기압이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고 차가운 공기가 자리 잡은 날에는 그중 일부가 강한 폭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온난화가 모든 지역의 폭설을 늘린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IPCC는 폭설 변화가 지역과 고도에 따라 다르고, 여러 지역에서 관측과 전망의 근거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합니다. 따라서 “온난화 때문에 폭설이 무조건 강해진다”거나 “따뜻해지니 폭설은 사라진다”는 두 단정 모두 피해야 합니다.

6. 2025년 한국 겨울이 보여준 복잡성

기상청에 따르면 2025년 겨울철, 즉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전국 평균기온은 1.1℃로 평년보다 0.6℃ 높았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강수량은 45.6mm로 평년의 53.0%였고, 목측 통계를 산출하는 13개 지점의 내린 눈의 양은 14.7cm로 평년 26.4cm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한 해의 사례입니다. 장기적인 한국 적설 추세 전체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다만 평균기온이 높았다는 사실만으로 습하고 눈이 많은 겨울을 예상할 수 없고, 기온·수증기·바람·저기압 경로가 함께 겨울 강수를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7. 한국의 폭설은 바다와 바람, 지형이 함께 만든다

한국 겨울 날씨는 시베리아 고기압과 북서풍, 저기압의 이동경로, 상층 기압계, 서해와 동해의 수온에 따라 해마다 크게 달라집니다. 차가운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며 수증기를 공급받으면 해안과 산지에 많은 눈이 내릴 수 있습니다.

같은 기온이라도 바람 방향과 지형에 따라 눈이 집중되는 지역은 달라집니다. 전국 평균만으로 특정 지역의 폭설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8. 적설은 봄을 위한 자연 저수지다

산에 쌓인 눈은 겨울 동안 물을 고체로 저장했다가 봄과 초여름에 천천히 녹아 하천으로 보냅니다. 눈이 많은 유역에서는 농업용수와 식수, 생태계, 수력발전을 지탱하는 자연 저수지 역할을 합니다.

온난화로 눈의 계절이 짧아지고 눈 속 저장량이 줄면 물이 흐르는 시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른 봄에는 녹은 물이 늘어도 원래 늦은 봄이나 여름까지 남았어야 할 눈이 일찍 사라지면 물 수요가 커지는 시기의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눈과 지하수·강·빙하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유는 세계 물순환 글에서 더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산의 겨울 적설이 봄에 녹아 하천 농업 도시와 수력발전으로 공급되는 흐름
산에 쌓인 눈은 겨울에 물을 저장하고 따뜻한 계절에 천천히 내보내는 자연 저수지 역할을 합니다.

9. 같은 적설 깊이라도 눈의 무게는 다르다

같은 20cm의 적설이라도 가볍고 건조한 눈과 수분을 많이 머금은 젖은 눈은 무게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기온이 눈·비 경계 부근일 때는 수분이 많은 무거운 눈이 내릴 수 있고, 지붕과 비닐하우스, 나뭇가지, 전선에 더 큰 하중을 줄 수 있습니다.

폭설 위험을 읽을 때 단순한 적설 깊이뿐 아니라 눈의 밀도와 수분 함량, 바람도 함께 봐야 합니다. 아래 그림은 일반 원리를 설명한 것으로 특정 시설의 허용하중이나 법적 안전기준을 뜻하지 않습니다.

같은 적설 깊이에서 가볍고 건조한 눈과 수분이 많은 젖은 눈의 하중을 비교한 그림
같은 깊이로 쌓여도 수분이 많은 젖은 눈은 가볍고 건조한 눈보다 구조물에 더 큰 하중을 줄 수 있습니다.

10. 겨울 눈 뉴스를 볼 때 확인할 다섯 가지

  1. 강설과 적설: 새로 내린 양인지 현재 쌓인 깊이인지 구분합니다.
  2. 대기의 세로 구조: 지상기온 하나가 아니라 상층 온도와 습도, 눈·비 전환 가능성을 봅니다.
  3. 경로와 바람: 저기압 이동경로와 바람 방향, 바다와 지형의 영향을 확인합니다.
  4. 기간과 저장량: 눈이 얼마나 오래 남고 물을 얼마나 저장하는지 살펴봅니다.
  5. 날씨와 기후: 한 번의 폭설을 수십 년의 장기 추세와 동일하게 해석하지 않습니다.

마무리 — 눈이 줄어드는 시대에도 폭설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후가 따뜻해지면 장기적으로 눈이 내리고 쌓이는 기간은 짧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더 많은 강수가 비로 바뀌고 쌓인 눈도 빨리 녹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찬 공기와 많은 수증기가 동시에 만나는 날에는 강한 눈이 여전히 가능합니다. 앞으로의 겨울을 이해하려면 눈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하나만 묻기보다 얼마나 자주 내리고, 얼마나 오래 남으며, 어떤 형태와 무게로 내리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수치를 읽을 때 주의할 점

2025년 한국 겨울의 평균기온과 강수량·눈 수치는 한 해의 실제 사례이며 장기 추세 전체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전 지구적 적설 감소 경향을 한국 모든 지역에 같은 속도로 적용하지 않았고, 폭설의 변화는 지역별 불확실성이 크다는 IPCC 평가를 반영했습니다.

참고자료

장기적인 적설 변화와 개별 폭설을 구분하고, 지역별 불확실성과 국내 사례의 범위를 명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