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오기 하루 전 정확한 경보를 받는 사람과, 아무런 정보 없이 폭풍을 맞는 사람의 위험은 같지 않습니다. 같은 강도의 재난이라도 얼마나 일찍 알고, 그 경고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는지에 따라 피해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은 2022년 ‘Early Warnings for All(EW4All)’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습니다. 목표는 2027년 말까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기상·기후·물 관련 재난에 대한 생명을 구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의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더 정확한 일기예보를 만드는 사업이 아닙니다. 위험지역을 파악하고, 재난을 감시·예측하고, 경고를 휴대전화와 방송·사이렌으로 전달하고, 주민이 실제로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것이 핵심입니다.
2025년 기준 다중재난 조기경보 시스템이 있다고 보고한 국가는 119개국, 전 세계 국가의 약 60%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섬나라와 취약국에서는 여전히 큰 공백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2026년에도 여러 국가에서 국가별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1. 조기경보는 ‘날씨를 알려주는 것’보다 훨씬 넓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보는 “내일 태풍이 옵니다” 같은 예보입니다. 하지만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은 조기경보 시스템을 위험 감시와 예측, 재난위험 평가, 정보 전달, 대비 활동이 통합된 체계로 정의합니다.
즉 정확한 예보만 있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느 마을이 침수되기 쉬운지 모른다면 경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고, 경고가 나가도 주민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피해를 줄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좋은 조기경보 시스템은 “예보가 맞았는가”보다 “위험을 아는 것에서 실제 행동까지 연결됐는가”를 봅니다.
이 때문에 EW4All은 기술사업이면서 동시에 행정·통신·교육·지역사회 참여를 함께 다루는 프로젝트입니다.
2. 첫 번째 기둥 — 위험을 알아야 경보를 만들 수 있다
EW4All의 첫 번째 기둥은 ‘재난위험 지식(Disaster Risk Knowledge)’입니다. 어느 지역에 어떤 위험이 있고, 누가 가장 취약하며, 병원·학교·도로·전력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같은 200mm의 비라도 평지의 배수시설이 잘 갖춰진 지역과 산사태가 잦은 급경사지 마을의 위험은 다릅니다. 태풍 경로가 같아도 해안 저지대와 내륙 고지대의 피해유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기경보는 단순한 기상지도보다 더 세밀한 위험지도가 필요합니다. 인구와 빈곤도, 주택 형태, 도로 접근성, 과거 재난 이력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이 단계가 약하면 이후 아무리 예측기술이 좋아도 실제로 가장 위험한 사람에게 적절한 경보를 보내기 어렵습니다.

3. 두 번째 기둥 — 위성·레이더·센서가 위험을 먼저 본다
두 번째 기둥은 ‘탐지·관측·감시·분석·예측’입니다. 기상위성과 레이더, 강우계, 하천 수위계, 해양부이, 지진·산사태 센서 등 다양한 관측장비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관측자료는 수치예보 모델과 결합돼 앞으로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계산하는 데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AI가 대규모 기상자료를 학습해 예측속도를 높이거나 특정 위험의 가능성을 빠르게 계산하는 데 활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관측망 자체가 부족하면 예보 품질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과 산악·도서 지역에서는 관측소와 통신망 부족이 조기경보의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EW4All은 새로운 AI 모델뿐 아니라 기본적인 기상관측소와 데이터 교환 체계 확충도 중요한 과제로 봅니다.
4. 세 번째 기둥 — 경보가 사람에게 도착해야 한다
세 번째 기둥은 ‘경보의 전달과 소통’입니다. 과학자가 위험을 정확히 예측해도 그 정보가 주민에게 도착하지 않으면 조기경보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긴급재난문자, 셀 브로드캐스트, 라디오와 TV, 마을 사이렌, 확성기, SNS, 위성통신 등 다양한 수단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통신수단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재난으로 전력이나 이동통신망이 끊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고령층이나 장애인, 외국인, 문자해독이 어려운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설계해야 합니다.
ITU는 EW4All에서 이 세 번째 기둥을 맡아 각국의 통신 인프라와 디지털 경보전달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5. 네 번째 기둥 — 경고를 받아도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다
마지막 기둥은 ‘대비와 대응 능력’입니다. 경보가 도착한 뒤 주민과 지방정부가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대피소의 위치와 이동경로, 학교와 병원의 대응계획, 취약계층을 돕는 담당자, 교통통제 절차 등이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반복적인 모의훈련도 필요합니다.
특히 조기경보 메시지는 “위험합니다”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어느 지역 주민은 몇 시까지 어디로 이동하라”처럼 행동지침이 명확해야 효과가 커집니다.
결국 조기경보의 마지막 단계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입니다. 예보와 재난문자, 대피계획이 하나의 체인처럼 연결돼야 합니다.
6. 왜 24시간의 차이가 큰가
WMO는 조기경보 서비스가 투자 대비 거의 10배의 편익을 제공하는 매우 비용효과적인 재난대응 수단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WMO가 소개한 연구에서는 폭풍이나 폭염에 대한 24시간 조기경보가 이후 피해를 약 30% 줄일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개발도상국에 약 8억 달러를 조기경보 시스템에 투자하면 연간 30억~160억 달러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이 수치는 모든 재난에서 피해가 정확히 30% 줄어든다는 공식이 아닙니다. 재난의 종류와 지역, 경보 품질과 주민 대응에 따라 효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재난이 오기 전에 확보한 몇 시간 또는 하루가 대피와 시설보호, 항공·선박 통제, 학교 휴업, 의료진 배치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7. 세계의 조기경보 수준은 어디까지 왔나
WMO와 UNDRR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다중재난 조기경보 시스템이 있다고 보고한 국가는 119개국으로 늘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 국가의 약 60% 수준이며, 10년 전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시스템의 종합적인 역량도 2015년 이후 평균 45% 향상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아프리카의 개선 폭은 컸지만 여전히 지역별 격차가 큽니다.
특히 작은 섬 개발도상국(SIDS)은 시스템이 있다고 보고한 비율이 43%에 그쳐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해수면 상승과 열대폭풍 위험은 큰데 관측과 통신, 재정여건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W4All의 목표가 단순히 세계 평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사람까지 보호하는 것”인 이유입니다.
8. 2026년에도 국가별 구축이 계속되고 있다
EW4All은 선언만 하고 끝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2026년에도 여러 나라가 국가 차원의 로드맵을 만들고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6년 1월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EW4All 국가 협의 워크숍이 열려 위험지식, 예측, 경보전달, 대비 등 네 기둥의 취약점을 점검하고 국가 로드맵을 만들었습니다.
6월에는 모로코가 정부기관과 UN기구, 학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가 협의를 통해 다중재난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토고에서도 기존 투자를 확대해 국가 조기경보 역량을 강화하는 사례가 공유됐습니다.
즉 2027년 목표를 앞두고 지금은 “국제 목표”가 실제 각국의 관측소와 통신망, 대피체계로 바뀌는 단계입니다.

9. AI와 위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AI와 위성은 조기경보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이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관측이 부족한 지역을 위성자료로 보완하고, 복잡한 기상자료에서 위험신호를 더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기경보 실패의 원인이 항상 예측기술 부족인 것은 아닙니다. 경보가 늦게 승인되거나, 통신망이 끊기거나, 주민이 경보를 믿지 않거나, 대피할 교통수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UNDRR은 조기경보를 ‘사람 중심(people-centred)’ 시스템으로 강조합니다. 기술은 사람에게 행동할 시간을 주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래의 좋은 조기경보 시스템은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가진 시스템이 아니라, 위험을 가장 취약한 사람의 실제 행동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일 가능성이 큽니다.
10. 기후변화 시대에는 ‘예측’이 새로운 인프라다
우리는 인프라라고 하면 댐과 도로, 제방, 방파제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기후위험이 커질수록 관측망과 예보, 통신, 대피계획도 물리적 시설만큼 중요한 인프라가 됩니다.
제방을 모든 곳에 무한정 높일 수는 없지만 위험이 다가오는 시간을 정확히 알면 사람과 자산을 먼저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폭염과 홍수, 산불, 태풍처럼 발생 전 징후를 관측할 수 있는 재난에서는 조기경보가 피해를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적응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Early Warnings for All은 결국 “재난을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아무도 모른 채 맞게 하지는 말자”는 세계적인 기후적응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 재난은 국경을 넘지만 경보도 국경을 넘어야 한다
기후변화가 진행된다고 모든 재난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험을 더 빨리 알아차리고 정확한 사람에게 전달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Early Warnings for All의 핵심은 첨단 예보모델 하나가 아닙니다. 위험지도와 관측소, 위성과 레이더, 통신회사, 지방정부, 마을의 대피훈련이 하나의 체인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2027년까지 모든 사람을 조기경보로 보호하겠다는 목표는 매우 야심찹니다. 2025년 기준 119개국이 다중재난 조기경보 시스템을 보고했지만 여전히 많은 취약국과 지역사회가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와 세계를 바라볼 때 이제 중요한 질문은 “어디에서 재난이 일어났는가”만이 아닙니다. “그곳의 사람들은 위험을 얼마나 일찍 알았고, 실제로 피할 수 있었는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숫자를 읽을 때 주의할 점
119개국과 약 60%는 다중재난 조기경보 시스템이 있다고 보고한 국가의 수치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60%가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관측 장비가 있어도 경보가 마지막 주민에게 도착하고 실제 대피로 이어지는 역량은 국가와 지역 안에서도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WMO, Early Warnings for All
- UNDRR, Definition: Early warning system
- WMO·UNDRR, Global Status of Multi-Hazard Early Warning Systems 2025
- WMO, Weather forecasts and early warnings
- WMO, Early Warnings for All continues to reach more countries in 2026
「재난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할까 — UN ‘Early Warnings for All’ 2027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은 아래 원문·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