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사람들이 이동한다고 하면 해수면 상승 때문에 섬나라 주민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는 장면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기후이주는 훨씬 복잡합니다.
사람들은 단지 기온이 높아졌다는 이유 하나로 이사하지 않습니다. 농사가 여러 해 실패하고, 물이 부족해지고, 홍수와 해안침수가 반복되며, 일자리가 사라지는 과정이 경제·사회적 요인과 겹쳐 이동을 결정하게 됩니다.
세계은행의 Groundswell 보고서는 충분한 기후·개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6개 지역에서 최대 2억 1,600만 명이 기후요인으로 자국 내에서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수치 대부분이 ‘국경을 넘는 난민’이 아니라 같은 나라 안에서 움직이는 내부이주라는 사실입니다.
기후이주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가뭄이 발생했다고 모든 사람이 고향을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소득과 저축, 가족관계, 토지소유, 정부 지원, 다른 지역의 일자리 같은 조건에 따라 선택은 달라집니다.
기후변화는 이런 기존의 취약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물 부족이 심해지고 작물 생산성이 낮아지며 해수면이 올라가면 지역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이동의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난민 몇 명”이라는 하나의 숫자보다 기후와 경제, 사회가 어떻게 함께 이동을 만들어내는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많은 이동은 국경 안에서 일어날 수 있다
세계은행은 2050년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최대 8,600만 명, 동아시아·태평양 4,900만 명, 남아시아 4,000만 명 등 6개 지역에서 총 2억 1,600만 명의 내부 기후이주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 전망은 최악의 미래가 확정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포용적이고 회복력 있는 개발이 이뤄지면 예상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즉 기후이주는 미래에 갑자기 시작되는 현상이 아니라 지금의 개발정책과 도시계획, 농업정책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사람이 떠나는 지역과 몰리는 지역이 동시에 생긴다
물 부족과 농업생산 감소, 해수면 상승이 심한 지역에서는 ‘유출 핫스폿’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일자리와 생활조건이 나은 도시와 지역은 사람들이 모이는 ‘유입 핫스폿’이 됩니다.
문제는 유입지역이 갑자기 늘어난 인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주택과 상하수도, 학교, 병원, 교통,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새로운 도시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후이주 정책은 떠나는 사람만 지원하는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도시의 인프라와 노동시장까지 준비하는 문제입니다.
해안과 농촌이 특히 민감한 이유
해안지역에서는 해수면 상승과 폭풍해일, 염수 침투가 주거뿐 아니라 농지와 식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강수의 변동성과 가뭄이 농업소득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한두 번의 재해는 복구하고 버틸 수 있어도 매년 피해가 반복되면 가계의 저축과 자산이 줄고 결국 이동이 현실적인 적응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후이주는 단순한 재난대피와 다릅니다. 생계를 다시 만들기 위해 장기간 또는 영구적으로 거주지를 바꾸는 선택이 포함됩니다.

이주는 위험이면서 동시에 적응전략이 될 수 있다
모든 이동을 실패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 더 안전하고 경제기회가 있는 곳으로 계획적으로 이동한다면 삶의 안정성을 높이는 적응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동할 자원이 없는 사람입니다. 가장 취약한 가구는 오히려 교통비와 정착비가 없어 위험지역에 남을 수 있습니다. 이를 ‘갇힌 인구’ 문제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후적응 정책에는 현지에서 버틸 수 있도록 돕는 투자와 안전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이 모두 필요합니다.
기후이주는 결국 도시계획의 문제가 된다
세계 인구의 도시집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후이주가 확대되면 중소도시와 대도시 주변부가 중요한 수용지역이 될 수 있습니다.
미리 주택과 교통, 물, 일자리를 준비하면 이주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준비가 부족하면 비공식 주거지와 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사람들이 사는 장소의 지도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후정책은 에너지 정책인 동시에 앞으로 사람들이 어디에서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국토·도시정책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다음 ‘기후와 세계’에서는 기후변화가 국가 간 물 분쟁과 초국경 하천에 어떤 긴장을 만드는지 살펴봅니다.
참고자료
- World Bank, Groundswell: Acting on Internal Climate Migration
- World Bank, Groundswell Part II 보고서
-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Report 2023
「기후 때문에 사람들은 어디로 이동할까 — ‘기후이주’가 도시와 국경을 바꾸는 방식」의 핵심 내용은 아래 원문·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했습니다.
기후재난은 이동을 촉발하지만 모든 사람이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홍수·가뭄·해수면 상승은 생계와 주거를 압박하지만 이주의 규모와 방향은 일자리, 자산, 보험, 가족망과 정부 지원에 따라 달라진다. 자원이 부족한 가구는 위험지역에 남는 ‘비자발적 잔류’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국내 이동은 주택·도시서비스 수요로 이어지고, 국경 간 이동은 법적 지위와 입국정책이 추가 변수다. 재난 발생 인구를 곧바로 미래 이주민 수로 해석하지 말고 반복피해와 회복능력을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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